2014년 9월호

개발자 2019.02.11 13:35 조회 : 703
    
        

Vol. 19

        

2014년 09월호

    
    

 안무표절에 대한 각성이 시급하다

                                                                                                     
                                                                      

  표절(剽竊)이란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시나 글, 노래 따위에서 남의 작품의 일부나 전부를 몰래 따다 자기 것인 양 쓰는 행위 혹은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이런 행위들이 지금은 아이디어까지를 포함해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나 연예인들의 표절행위는 곧잘 공론화되지만 무용계에서는 표절문제에 그리 심각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표절은 저작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저작권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이므로 법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표절은 윤리와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필요가 있다.   글로벌화와 IT 기술의 발달로 전세계의 문화와 정보들을 시시각각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무용단이나 안무가, 무용수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정말로 희귀한 일이었다. 그리고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해외무용에 대해 얻는 정보의 양과 수준에 층위가 있었다. 돈 있는 무용가들은 해외로 나가 직접 관람하는 방법을 택했으나 대부분의 무용가들은 어렵사리 구한 영상자료를 돌려보며 만족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일어난 듯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그리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해외 유명 무용단의 내한 공연을 수시로 볼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무용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서 어지간한 무용작품들의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보와 이미지들이 무용계에서 LTE급으로 카피된다는 사실이다. 비단 해외 작품만이 아니라 국내 유수의 콩클 수상작에서 안무 컨셉을 베끼고, 공연의 구성과 이미지를 모방하며, 심지어는 움직임까지도 훔쳐온다. 인상에 남았던 공연의 장면들은 어느새 다른 안무자의 공연에도 등장한다. “비슷하네”, “똑같은 것 같은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이를 문제삼는 무용가들은 등장...                         

                        

                            글_ 부편집장 장지원

(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무용상해의 예방 및 교육시스템’에서 무용수의 피로골절에 대해 발제한 일본 정형외과 전문의 에이이치 히라이시

                                                                                                     
                                                                      

 지난 9월 17일(수)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다목적홀에서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박인자)의 주최로 국제심포지엄 ‘무용상해의 예방 및 교육시스템’이 열렸다. 예술가들 중에서 상해 발생의 빈도가 유난히 높은 무용가들의 상해예방과 재활지원 등 복지증진을 위한 제도 구축 마련을 위해 개최된 이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무용의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발제자로 초청되었다. Dance Post. Korea는 심포지엄에 앞서 일본의 손꼽히는 무용의학 전문의 에이이치 히라이시(Eiichi Hiraishi) 박사를 인터뷰하였다.Q.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제할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면.A. 발제 제목은 “발레 무용수의 발과 하지의 스트레스 골절”이며 정형외과전문의로서 무용수들의 잦은 발의 상해, 하지 근육의 뭉침 현상, 그리고 피로골절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피로골절은 스트레스성 질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하중감과 함께 피로함을 느끼는 증상이다.Q. 국제무용의학(IADMS)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기관인가. A. 무용의학에 관심을 두는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의사들도 있지만 무용동작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바이오메카닉스를 전공한 연구자도 있다. 그리고 발레교사, 무용수, 필라테스 전문가, 무용트레이너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회원으로 있다. 매년 각 나라를 순회하며 학회가 개최되는데, 작년에는 미국에서, 올해 10월에 24회 학회가 스위스에서 열린다. 나는 4번을 참가해 보았는데 한국 회원을 만난 적은 없다. IADMS가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Q. 어떻게 무용의학 전문의가 되었는가.A. 정말 우연이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게이오대학교 의과대학 선배이신 오가와 선생님이 대단한 발레애호가였는데, 그분이 1994년에 발레무용수들을 위해 특별 진료소를 만들었다. 마키야 선생님, 모리이 선생님 등 일본의 대표적인 발레리나들이 이 진료소를 찾아 치료를 받았다. 오가와 선생님이 연세가 70세 가까이 되자 대신 맡아 줄 사람을 찾았고 내게 우연히 기회...                         

                        

                            인터뷰_ 편집주간 최해리

(무용인류학자,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춤의 드라마투르기를 말한다” (3): 드라마투르기 서지영

                                                                                                     
                                                                      

 컨템포러리댄스의 특성 중 하나는 장르의 경계를 넘고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지향하는 것이다. 우리 무용계에서 이러한 특성은 1970년대 말부터 동인무용단체를 중심으로 창작공연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났다. 1980~1990년대 창작의 중심이었던 대한민국무용제와 “전통의 재창조” 류 공연이 유행하자 시인 출신의 대본작가, 마당극 분야의 연출가들이 안무가와 파트너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IMF 이후 2000년대부터 동문단체들이 해체되면서 창작공연이 축소화되고, 무용공연만 전담하는 대본가와 연출가, 혹은 두 역할을 소화하는 무용연출가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에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창작지원이 활성화되자 제작체계에 또 다른 변화가 발생했는데, 창작의 개념 잡기에서부터 아카이브 기록에 이르기까지 공연의 A에서 Z를 전달하는 드라마투르기의 등장이다. “춤의 드라마투르기를 말한다” 시리즈는 최근의 드라마투르기, 그리고 과거 이와 유사한 역할을 했던 대본/연출가를 초청하여 그들의 달라진 위상과 기능을 짚어보는데 목적이 있다. 세 번째 주인공은 공연예술계에서 평론가와 드라마투르기로 활동하고 있는 서지영이다.                          Q. 무용공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A. 우연히 철학관련 내용을 다룬 무용공연에 텍스트 작업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무용에 주목하고 있었으나 직접 공연에 참여한 것은 이때부터이고, 본격적으로 무용공연과 관련해 평도 쓰게 되었다. Q. 무용계에 들어오기 전 과거 이력 혹은 예술배경은.A. 중앙대에서 독문학(독일 희곡)을 전공한 이후 연구자 입장에서 글과 논문을 발표했고, 연극관련 강의와 연극 드라마투르기, 오페라 작업, 평론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밖에 예술과 관련된 부분...                         

                        

                            인터뷰_ 부편집장 장지원

(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아시아의 춤, 경상도에 모이다 "아시아 민속춤 시리즈: 춤으로 만나는 아시아"

                                                                                                     
                        

 인문학은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국립경상대학교(GNU·총장 권순기)는 민속무용학과를 인문대학(학장 조원호) 안에 두고 있다. 언어가 아닌 몸과 춤을 매체로 사용하는 무용 역시 인간을 탐구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의미일 것이다.     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 주최, 아시아춤문화연구소(소장 김미숙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의 주관으로 공연되는 <아시아 민속춤 시리즈 - 춤으로 만나는 아시아>가 올해로 벌써 7번째를맞았다.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총 4개국)의 현지 전문 무용수들과 악사들이 경상남도 3개 도시에서 전통춤 공연을 펼친다. 한국은 <진주교방굿거리춤>, <꽃·연두빛 하늘> 등 세 개의 공연, 중국은 <죽지사>, <백화쟁연>, <설련화> 세 개의 공연. 인도는 <타라나> 한 개, 인도네시아는 <브따위 가면 공연>, <인도네시아군도의 민속춤 시리즈> 두 개의 공연을 한다. 각 국가별로 흥미롭게 보이는 공연들을 하나씩 추려 가까이 보자.     한국의 <선비춤>(정재만류)는 선비정신을 춤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한국무용이라고 하면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화려한 여성무용수들의 춤이 아닌, 깔끔하게 한복을 갖춰입은 남성무용수들이 보여주는 품격 있는 군무가 특징이다. 또한 지조, 예의와 같은 선비들의 덕목이 춤사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기대해본다. 한편, 중국의 <백화쟁연>은 희극 여배우의 우아함과 매혹을 느낄 수 있는 화려한 무용 공연이 될 것이다.  인도의 공연은 신과 소통하는 인간의 모습을 춤으로 나타내는데, 특히 발의 역동적인 움직임, 빠른 회전, 강한 리듬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인도네시아의 탈춤 <브따위 가면 공연>도 눈에 띈다. 자카르타 토착민인 브따위족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글_ 인턴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경영학 4)
사진_ 아시아춤연구소 제공
                        

                    
                                             
        

 댄스씨어터창 〈바늘〉

                                                                                                     
                                                                      

 기대는 깨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장면 릴레이는 묘기와도 같았다. 기술과 마술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김남진은 춤꾼인 동시에 이야기꾼이다. 그의 ‘춤’작업은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들려주는 데 공을 많이 드린다. 그의 입담만큼이나 무대에 풀어내는 이야깃거리도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유럽에서 유학생활과 무용단 활동을 오랫동안 했음에도 작품의 정서는 확고히 한국적이다. 정서만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을 주시하고 문제점을 날카롭게 포착하니 그의 작품을 여전히 “어둠의 미학”이랄 수밖에 없다. 그의 전작들을 짚어보면, 강렬한 표현이 보는 이들을 아슬아슬하게 만들었고 암울한 소재가 관극에 부담을 주었다. 하지만 특정 형식이나 흐름을 쫓지 않고 주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내기에 그의 무대는 분위기의 밝고 어두움에 상관없이 언제나 생동감이 넘친다. <바늘>은 청소년 문제로서 이 사회를 진단하려는 시도다. 모든 것이 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숨 막히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병들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려 애쓴다. 때론 사실적으로 때론 몽환적으로 그들의 외형과 내면을 한국 사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의미심장한 형상으로 제시한다. 거칠고 불편한 장면들이 있지만 현실을 과장하지는 않았다. 너무나 솔직해서 편치 않을 수 있으나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다. 다만 무대에 자주 등장하는 송곳이 관객의 심경을 자극할 수는 있다. 제목이 바늘인데, 공연에는 송곳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하얀 옷을 입고 하얀 판에서 마치 의식을 치르듯 송곳으로 바닥을 긁고 찌르는 장면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은 교복이 아닌 세 줄짜리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다. 상투적인 상징성 대신 예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현실의 모사다. 그밖에 실제 학교생활에서 겪을 법한 일들이 그려지는데 작가가 자신의 메시지에 너무 강하게 집중해서인지 청소년의 상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그려냈다. 그들의 혼미한 눈을 표현하기 위해 컨텍트 렌즈까지 착용했다. 대사도 종종 하는데 거친 말과 욕설이...                         

                        

                            글_ 서지영(연극 평론가,드라마투르기)
사진_ 댄스씨어터창 제공

                    

 재발견과 재발명의 차이 - 국립현대무용단

                                                                                                     
                                                                      

 전통(傳統)이란 무엇일까? 그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전통을 춤으로 풀어가는 과정은 어떤 모습일까? 과거는 어떻게 이해되고 현재로 전승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적된 몸의 기억인 춤이란 측면에 주목한 공연이 국립현대무용단에 의해 "전통의 재발명전" 이라는 제목으로 8월 22~2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있었다. 35편의 공모작 중에서 선정된 두 작품은 가다프로젝트의 <어긋난 숭배>와 고블린파티의 <혼구녕>이었다. 작품 제목에서 연상되듯 그 주제는 전통적 제사의식과 상례(喪禮)였으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의 결실이었다.    <어긋난 숭배>는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로 다수의 작업을 해 왔던 김보람과 벨기에에서 활동 중인 이은경이 구성한 가다프로젝트의 공동 안무작업으로, 강강술래와 전통적 제사의식을 차용해 현대인의 삶을 그 안에 투영 혹은 중첩시키며 나름의 변용을 도모했다. 강강술래는 원시시대부터 1년 중 가장 달이 밝은 밤에 축제를 벌여 노래하고 춤추던 풍습에서 비롯된 민속놀이로, 그 특성을 반영해 상수에 떠 있는 보름달, 원형을 이루며 놓여있는 토끼인형들, 강강술래와 전통민요를 통해 전달되는 토속적 음향, 제사 의식을 상징하는 향이 이미저리로 쓰였다. 정장을 차려입은 김보람과 군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갖춘 이은경은 현대의 다양한 군상들을 대표하는 듯 하며 둘은 바닥에 놓인 토끼 인형들을 꼭꼭 밟으며 원형(圓形)으로 도는 움직임을 하는데, 이러한 윤무(輪舞)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존재하던 원형(原形)이었다.   이들이 사용한 토끼 인형은 우리가 달에 산다고 생각하던 숭배의 대상일수도, 토끼 같은 자식이 여럿 딸린 가장의 모습일 수도 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사물을 통해 주...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K-발레 월드" 개막 공연

                                                                                                     
                                                                      

 자화자찬 분위기의 개막식과 발레 콩쿨장을 연상하게 한 개막공연,‘모든 이를 위한 발레’의 목표와 대중화는 어디에?

 "2014 K-발레 월드" 개막식과 개막공연이 8월 3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렸다. 34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한 이번 무대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발레축제라는 명목 하에 치러졌다.   개막 공연은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발레협회 고문들의 축하 메시지, 임원진들의 무대 인사와 함께 일곱 개의 작품이 선보였다. 발레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구성한 이번 무대에서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로미오와 줄리엣>, <해적> 그리고 <백조의 호수>의 Pas de deux로 꾸며졌고, 이외의 <프렐류드>와 <스페인 정원의 밤>, <황금시대 중 탱고>가 공연되었다.    한국발레의 장구한 역사와 함께 이번 발레협회 회장단의 목표와 취지하에 보다 다채로운 개막공연을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발레 콩쿨장을 연상하게 한 분위기의 공연은 유럽과 러시...                         

                        

글_ 전주현 (무용교육박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 전 발레블랑 회장, (사)한국발레연구학회 및 (사)한국무용교육학회 이사                         

                    

 "K-발레 월드" 폐막 공연에서 본 두 작품 - 김용걸과 김주원

                                                                                                     
                                                                      

 김용걸의 무대엔 세 개의 중심이 있다. 오른 쪽 맨 앞에 선홍색 드레스의 여인이 홀로 누워 있고 그 뒤편 무대 가장 깊은 곳에 모여선 검정색 운동복차림 무용수들이 구원을 기다리는 듯 애타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반대편 왼쪽 무대 한가운데서 살색 타이트를 입은 한 쌍의 남녀가 움직임으로써 춤은 시작된다. 한국발레협회(김인숙)가 주최한  "K-발레 월드 2014"의 폐막 공연(9.4~5, 아르코대극장)에 선정된 김용걸의 <빛, 침묵 그리고...>의 서막이다. 그리고.....그 후에 맺지 못한 말은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공연이 계속되는 40분 동안 배경 스크린엔 같은 영상이 떠 있다. 해를 가리면서 짙게 드리워진 구름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가 횡행하는 어두컴컴한 세상에서 결코 환하게 들어나지 않을 빛을 기다리며 침묵 가운데 절망하는 세태를 상징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작품의 모티브가 세월호란 것을 느낄 수 있는 배경설정이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요란한 음악과 화려한 소도구나 영상이 없어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능력은 춤의 힘이고 또 춤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일 것이다.   김용걸은 성균관대 무용과를 졸업한 후 국립발레단 주역을 거쳐 파리오페라단 드미 솔로이스트(2002), 솔로이스트(2005), 주역무용수(2006)로 활약했다. 2009년 귀국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발레교수로 특채된 입지전적 발레리노다. 아내 김미애와 함께 주역을 맡아 공연한 <비애모>(2012, 강동아트센터)로 무용가로서 뿐 아니라 안무가로서도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빛, 침묵 그리고...>에서도 그의 서사능력은 충분히 드러난다. 어둠이 주조가 되는 흐릿한 조명 속에서도 빛과 어둠의 밝기를 교묘하게 조종하고 옅은 배경음이 깔리는 침묵과 소음을 대비시키면서 사회의 명과 암을 이야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솔로와 듀엣, 군무를 적절히 안배하면서 무대를 끌어가는 능숙한...                         

                        

                            글_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사진_ 한국발레협회 제공

                    
        

 춤과 미술

                                                                                                     
                                                                      

 "인문학적 춤읽기" 시리즈는 인문학을 통해 춤을 이해하는 시도이다. 춤의 근저에 자리한 인문학을 통해 춤을 심도있게 이해하고 춤미학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학문의 틀 속에서 춤을 인지하고 현재 춤의 흐름을 읽으며, 춤과 소통할 수 있는 각자의 채널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게재된 글은 2013년에 한국춤문화자료원이 기획하고 국립예술자료원이 주최했던 "인문학적 춤읽기" 강좌에 기초한다.    춤을 다룬 미술작품을 살펴보는 일은 그것만으로 즐거울 뿐 아니라 춤에 대해 알아가는 훌륭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미술은 일차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행위에서 출발했기에 미술가는 일반인보다 더 예민한 눈, 정밀한 시선을 가졌다. 그래서 그들이 남긴 춤의 기록, 즉 춤을 다룬 미술작품들이 때로는 직접 춤 공연을 볼 때와 사뭇 다른 것들을 알려주며 특히 인류가 춤을 바라보았던 시선의 변천사를 이론적인 해설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춤을 다룬 미술작품은 상당히 많으며 제작시기도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 그 중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발견된 이 바위그림들은 춤추는 형상을 그린 최초의 그림군에 속한다. 구석기시대 유적에 남겨진 그림들인데 사람들이 들고 있는 도구가 비교적 정교한 편이어서 신석기시대가 막 시작될 무렵 제작되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림1] 스페인과 프랑스의 바위그림들, 구석기시대  위의 그림에서는 사람들이 활과 화살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춤을 춘다기보다는 성큼성큼 뛰어가는 느낌이다. 아래 그림은 동물 가면을 쓰고 털가죽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깡총거리며 뛰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이런 모습들은 오늘날 ‘춤춘다’고 할 때 생각하는 움직임의 유형과는 좀 차이가 있는데, 둘 다 사냥춤에 해당한다. 사냥하려하는 동물의 움직임을 흉...                         

                        

글_ 신성림(작가, 번역가)
「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저술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

                                                                                                     
                                                                      

 편집자 주: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현대철학에 끼친 영향을 사람들은 흔히 지축을 뒤흔든 지각변동에 비유한다. 니체는 스스로 자기로 말미암아 세계사가 두 동강이 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신봉했던 진리와 가치 체계를 전도시켰으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니체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무용은 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니체의 철학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니체 철학, 특히 그의 ‘몸철학’과 ‘예술생리학’이 현대무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지난 9월 7일 한국무용기록학회 주최로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투린에서 졸도할 때까지 니체는 독일 강단철학자들 사이에서 국외자였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철학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북유럽에서 시작되었다. 덴마크의 브란데스(Georg Brandes)는 1888년 4월과 5월 코펜하겐 대학에서 니체에 관해 4회에 걸쳐 강연을 하게 된다. 이 강연에서 그는 니체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자로 규정했으며, 이 강연은 청중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강연에 대한 소문이 스웨덴과 노르웨이로 퍼지게 되고 그 이후 많은 니체 추종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20세기 초 니체는 유럽지성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다. 니체에 대한 당시의 뜨거운 관심은, 니체가 조형 예술가들의 모델로 빈번히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니체는 상품의 광고에도 등장한다. 1890년의 하르트레벤(Otto Erich Hartleben)이 북유럽에 퍼진 니체 신드롬에 대해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디에도 지금 니체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곳이 있는가!”   현대 예술에서 니체의 영향은 한 순간 유행으로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고 그 영향은 지속적이다. 현대 예술의 지형을 바꿔놓은 니체의 영...                         

                        

글_ 정낙림(예술철학가)
독일 부퍼탈대학 철학박사, 경북대 강의교수, 한국니체학회 이사

                    

 고관절 근육(장요근, Iliopsoas)의 유연함을 위한 신체훈련(4)

                                                                                                     
                                                                      

 일반적으로 고관절 근육 또는 골반 근육으로 불리는 장요근(Iliopsoas, 그림1)은 하부 척추와 골반을 대퇴골에 연결하는 근육이며, 여기에는 대요근(Psoas major)와 소요근(Psoas minor), 장골근(Iliacus) 등이 작동하게 된다. 장요근은 고관절을 구부리고 다리를 움직이는 모든 동작의 주동근(主動筋)이며 특히 발레에서는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공중에서 다리를 유연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근육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마네킹(모델 인형을 말하는 것으로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됨)의 다리를 자유자재로 돌아가게 하는 부분의 근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발레의 바(barre)에서는 롱드 잠 아떼르(ronds de jambe à terre : 바에서 하는 동작으로 다리를 바닥에서 돌린다는 뜻)를 통해서 장요근의 유연성 훈련을 할 수 있다. 롱드 잠 아떼르 동작의 진행과정은 한 다리로 지탱하고 서서, 다른 한 다리는 바닥에서 앞과 옆, 뒤로 움직이며 180도의 원을 그리면서 보여주는 동작이다. 이 동작은 한 다리로 서는 올바른 중심과 움직이는 다리의 가벼움, 부드러운 동작 실행 등에 영향을 미침으로 중요한 동작이 되는데 특히 다리가 움직일 때 골반이 움직이지 않도록 골반저(2회차 연재 글 중의 그림 참고) 근육의 중심을 필요로 한다. 즉 지탱하는 다리에 중심을 완전하게 싣는 것, 움직이는 다리는 길게 뻗는 훈련과 함께 고관절 근육인 장요근을 부드럽게 회전하는 것, 움직이는 다리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되 중심은 골반저 근육으로 잡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노하우는 움직이는 다리의 고관절 근육 힘을 적당히 풀어주는 것이다.      골반 부분의 장요근은 다리와 몸통을 연결해 주며 몸의 중심에 위치한 중요한 근육이므로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 강화 및 상해 예방을 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에 다음 [그림2]~[그림4]에서는 장요근 훈련의 간단한 운동 자세...                         

                        

글_ 전주현 (무용교육박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 전 발레블랑 회장, (사)한국발레연구학회 및 (사)한국무용교육학회 이사                       

                    
        

무용 비디오 아카이브 - Dance Video Archives: English and Anglo-American Traditional Dance

                                                                                                     
                                                                      

 무용 비디오 아카이브는 컨트리 무용 · 음악협회(the Country Dance and Song Society)에 속해있는 기관들의 무용공연 영상들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보존된 자료들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이 아카이브는 영국인(English)과 영국계 미국인(Anglo-American)의 전통 컨트리 무용에 대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예술가와 학자들의 연구와 문화유산의 자원으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상자료의 운영자, 제공자 그리고 이용자들이 함께 춤을 통해 공감하고 그들만의 커뮤니티의 문화를 형성하고 보존해 나간다.  무용 비디오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무용 영상 자료들을 보면, 장르별 그리고 제목별로 분류되어 있으며 제목을 클릭하면 동영상이 재생되고 이와 함께 춤에 대한 설명이 제공된다. 특히 동작과 순서, 방향을 글로 설명해 놓은 인스트럭션(instruction)은 이용자들이 춤을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배울 수 있도록 이해를 돕는다.   이 아카이브의 가치와 활용성은 무용 협회 멤버들의 참여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춤을 추고 춤이 행해지는 것에 대해 다른 이해와 해석을 가져온다. 또한 무용과 기록, 보존의 가치에 다른 기준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이브의 자료수집부터 보존 및 운영까지 이용자들의 참여와 기여가 아카이브 형성과 발전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기록학계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아카이브 이용자들의 계층이 다양해지고 수집 자료들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아카이브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참여형 아카이브(Participatory archives)와 커뮤니티 아카이브(Community archives)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써 등장하였다. 이 둘은 각각의 특징을 가지는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한 부분이 공통된다.   참여형 아카이브는 이용자가...                         

                        

글_ 김도연 한국춤문화자료원 보조연구원 
(University of College London / Archive and Records Management 석사)
                        

                    

 최초의 한류스타 최승희 (1911-1967)

                                                                                                     
                                                                      

 [사진1] 1930년대 여성(무허 정해창 작품, 일민미술관)  [사진2] 최승희 야외무용(1936년, 작가미상)                                                           1930년대 일제강점기, 위의 두 사진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이다. [사진 1]에는 우리가 그동안 풍속화나 시대극 등을 통해 비교적 자주 봐왔고, 머릿속으로 한 번쯤 그려봤을 법한 평범한 아낙네의 모습이, [사진 2]에는 당시의 시대상을 염두에 두고서는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신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다소곳이 옷깃을 여민 채 걸어가는 [사진 1]의 여인들과는 달리 살갗을 그대로 드러낸 채 드넓은 초원 위를 나비처럼 가볍게 뛰어올라 발끝을 곧게 펴고 무릎을 굽혀 높게 끌어올린 외국무용 동작을 완벽히 소화해낸 [사진 2] 속의 여인은 바로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이다. 그녀의 이름 석 자 앞에는 항상 전설의 무희, 동양의 진주, 월북무용가, 친일무용가 등의 다양한 수식어들이 붙어왔지만 이러한 평가적, 역사적 수식어는 차치하더라도 그녀가 한국적 미와 춤을 세계 각지에 알린 최초의 한류 스타였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진3] 최승희 중국공연 팜플렛 (1942년)   한류스타로서 최승희의 활동은 지금의 소녀시...                         

                        

글_ 인턴기자 신찬은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예술학협동과정 석사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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