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호

개발자 2019.02.11 14:08 조회 : 525

Vol. 14

2014년 11월호

문예진흥기금 고갈에 대처하는 무용가들의 자세

아이러니하게도 문예진흥기금의 고갈의 한 배경에는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이 있다. 문화융성 정책은 ‘문화가 있는 삶’을 표방하며 국민의 생활문화를 진작시키고, 경제·사회 등 전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을 문화예술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예술인 복지를 위해 각종 사업을 펼치는 등 예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많은 정책과 사업들이 예산에 대한 치밀한 대책도 없이 진행되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2003년도 말에 문예기금 모금제도가 폐지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간 쌓아 온 기금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새 정부의 문화융성에 따른 사업비가 대폭 증액되면서 2017년에 기금이 바닥을 보게 생겼다는 것이다.

글_ 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한국형 커뮤니티 댄스 정립을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 무용역사기록학회 제16회 국내학술심포지엄 리뷰

최근 우리사회에 커뮤니티 댄스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이 직접 춤을 추어보고 무대에서 공연을 하며 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가 무용계에 새로운 공연주체를 수혈하며 활력을 불어넣었고, 새로운 유행을 이끌고 있다. 사실 커뮤니티 댄스가 일반인들에게는 무용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최근의 경향이기에 아직까지 그 개념이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우리사회에서 무용을 기반으로 하여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의 커뮤니티 댄스의 흐름과 그 양상을 집어보고 앞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_ 양민아(무용인류학 박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최지연무브먼트 무용서사극 <그 사람 쿠쉬>

<그 사람 쿠쉬>는 단순히 춤이 아니다. 내레이션, 소리, 영상, 노래, 춤, 대화 등 모든 것이 작품에 있다. 24개의 장면마다 소제목과 간략한 설명들이 자막으로 제공되는데, 이 부분도 관객들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한 마디로, 쉽고 편안하게 춤과 연기를 감상함과 더불어 <쿠쉬나메>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사람 쿠쉬>가 공연되는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은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관객석이 무대보다 높이 있기 때문에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준다. 관객들이 춤, 자막, 대사 등을 모두 놓치지 않도록 해줄 것이다.

글_ 인턴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경영학 4)
사진_ 쿤스트스튜디오 제공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최전선, 그 현장에서 맛본 색다른 감동
- 문화역서울 284의 가을 시즌 프로그램 ‘오픈스페이스’ 중 마프+롬 공연

마프+롬은 안무가로 한정하기에는 너무나 재주가 많은 무용가 김슬기가 속해 있는 MAF와 ROM의 멤버들이 창의성을 실험할 때와 곳을 찾으면 뭉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지난 10월 7일과 8일, 문화역서울 284로 마프+롬의 멤버들이 모였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지하철 안과 밖의 풍경 그리고 관계들을 <9월.4호선>으로 그려냈다. 사랑과 자유 등 추억이 돋는 이야기들이 비닐 장막 뒤의 영상과 사진을 통해 어렴풋이 투영되는 것도, 문 밖으로부터 가슴에 가만히 손을 댄 채 홉핑하며 줄지어 들어오는 무용수들의 움직임들은 묘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켰다.

글_ 편집주간 최해리(무용인류학자,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문화역서울 284 제공

호드윅스의 <새벽>

호드윅스의 <새벽>은 몸이 지닌 새벽의 비밀에 집중한다. 새벽은 비밀이 리듬을 가지는 시간이다. 새벽엔 무엇을 위해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는가에 대해 열리는 시각이다. 비밀은 열린 감각이 있어야 촉지되는 감각이다. 운동하는 4개의 물성은 새벽의 하얀 앵두처럼 무대에서 벌어진다. 갈라진 갈대 속에서 벌레가 바람을 마시듯이 입을 벌리고, 머리카락이 말라서 흰 보푸라기가 되듯이 점점 가늘어진다. 그들은 푸른 잉크로 들어온 제비처럼 취하고 사막이 산에 쌓이듯이 부드럽다. 새벽은 신체가 가진 비밀의 가능성을 더욱 요구한다.

글_ 김경주(시인, 극작가, 포에트리 슬램운동가)
사진_ SIDance 2014 제공

벵자밍 밀피예 & L.A. 댄스 프로젝트

윌리엄 포사이드, 엠마누엘 갓의 작품과 함께 이번 공연은 모던 발레의 성찬이라고 할 만한 알찬 기획이 되었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음악성을 부각시킨 공통점이 있고 각각의 작품에서 음악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눈여겨 볼 필요는 있었지만 규모도 깊이도 분석의 자로 잴만한 그릇은 아니었다.

글_서지영(공연평론가, 드라마투르기)
사진_ LG아트센터 제공

발레장르라고 고집한 〈스노우 화이트〉는 발레가 아니었다

대중화를 겨냥한 총체예술작품 <스노우 화이트>는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하는 무대를 위해 다양성을 추구한 무대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느 발레작품의 파 드 되(Pas de deux)에서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공주와 왕자의 2인무는 전반부의 화려한 장면을 무력하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발레공연이라고 설명한 안무가의 의견과는 다르게 <스노우 화이트>는 발레작품이 아닌, 단순히 대중화를 겨냥한 총체예술작품이었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현대카드 제공

현재의 눈으로 바라본 몸에 대한 인식,
국립현대무용단 ‘발화하는 몸’

‘역사와 기억’이라는 국립현대무용단의 기획 주제에 맞게 몸에 아로새겨진 역사와 기억을 대함에 있어서 차별화된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무대는 기대가 너무 컸었던가! '발화하는 몸'이라는 주제가 현대예술이 겪고 있는 난해함과 낯설게 하기라는 측면에 충실했다면 그 전략이 성공적이었으나 관객의 입장에서 공감대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인문학적 춤읽기]
공연예술의 새로운 조류 (Ⅱ)

오늘날의 현대무용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란 시대와의 공존이며 컨템포러리 댄스답게 당대의 정서와 이슈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선 감각과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며 다양한 접목을 통해 탈경계를 이뤄냈다. 그런데 앞서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왜 관객들은 현대무용이 어렵다고 하는가? 이에 대한 답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현대무용은 비언어를 사용하고 마임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전달에 목적이 있지 않다. 또한 현장예술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역동성, 공감각, 시간성, 환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역동성이란 움직임에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리듬감이고 공감각이란 공간예술이 가지고 있는 질감과 무게감이며 시간성은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공감대이다. 결론적으로 현대무용은 다른 감각과 느낌으로 접하는 것이다.

강연_ 안애순(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정리_ 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원문_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발레훈련으로 몸짱되기]
순간의 근력을 요하는 신체훈련(6)

발레동작의 특징은 길고 가늘게 보이는 라인을 비롯하여 느리면서 부드러운 동작과 높고 재빠른 동작 등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재빠른 동작을 실행하기 위해서 하는 바에서의 동작은 바뜨망 후라뻬(battements frappes)이다. 이 동작은 다리의 관절 즉 고관절과 무릎관절, 발목관절 등을 구부리고 펴면서 연습을 하는데, 쁘띠 바뜨망(petits battetments)이나 바뛰(battu) 동작과 함께 연결하여 연습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쁘띠 바뜨망이나 바뛰 등이 순간의 근력을 요하는 동작군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점프에 있어서 관절 등을 이용한 근력을 강화시키기 위함에 있어서 효과적인 동작이 바로 바뜨망 후라뻬가 된다.

글_ 전주현(무용교육박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II)
- 니체와 현대 예술

던컨이 무용에 새로운 양식을 도입한 후 수 많은 추종자들이 그녀를 따랐다. 20세기 무용은 몸과 몸의 동작 자체에 새로운 이해에서 출발하며, 이점에서 던컨은 현대 무용의 선구가 된다. 그녀의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시키고 발전시킨 무용가들이 뒤를 이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독일의 무용가이자 이론가인 루돌프 폰 라반과 그의 제자인 마리 뷔그만이다. 라반은 무용이론가로서 현대 무용의 이론적 정초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는 몸의 움직임에 철저한 연구를 통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개발한 움직임 기록법인 라바노테이션(Labanotation)은 현대무용의 과학적 연구에 토대가 되었다.

글_ 정낙림(예술철학가)

[세계의 춤 자료관]
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Dance Collection’
호주 국립도서관 무용 컬렉션

호주 국립도서관의 흥미로운 점은 웹사이트 아카이브이다. ‘판도라 아카이브(The Pandora Archive)’ 라고 불리며, 1996년부터 호주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웹사이트와 온라인 발행물의 스냅 사진들(snapshots)과 관련 정보를 기록, 수집, 제공하고,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그들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준다. 이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8월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물론 무용 관련 웹사이트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도서관이 보유한 자료 및 정보의 관리자(holder) 및 제공자(provider)를 넘어서 온라인 상의 정보 연결 중추자(hub)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글_ 김도연(한국춤문화자료원 연구원, University of College London / Archive and Records Management 석사)

[Re-collection]
예술가, 교육자, 어머니 그리고 인간 박외선

어떤 화려한 수식어로도 한 인물의 삶을 근접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무용가이자 무용교육자로서의 역할에 한 평생을 바친 박외선(1915-2011)의 삶이 바로 그렇다. 박외선은 한국의 1세대 현대무용가로서 당시에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양무용을 국내에 알리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무용학과 개설이라는 한국무용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사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처럼 평생 동안 무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산 박외선이 무용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학교 학예회에서 <한 떨기 장미꽃>이라는 무용작품에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다.

글_ 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2기)